가짜, 진실에 묻히다
2017/03/24 13:12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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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분당구선거관리위원회 홍보주임 조민철
 
최근 수개월 동안 사회 혼란의 틈을 타서 ‘페이크뉴스(fake news)'라는 생소한 녀석이 판을 치고 있다. 기존 언론보도 형태를 모방해 공신력을 얻고 이를 토대로 자신들이 원하는 이득을 취하려고 만든 ’가짜뉴스‘의 입김은 점점 더 거세어지고 있다. 대통령 탄핵과정을 거치면서 가짜뉴스는 우리 사회 깊숙한 곳까지 침투하며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짜뉴스는 기존 매체의 부정적 보도행태인 사실의 축소나 과장, 왜곡과는 차원이 다르며, 지난 2012년 대선 과정에서 파문을 일으켰던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이나 음해성 댓글과는 그 형태나 영향력이 판이하다. 이번 대통령선거는 후보자 검증 시간이 촉박해지면서 공약·정책 경쟁이 아닌 네거티브 선거전이 예상되기에 가짜뉴스에 대한 경계가 더 필요한 것이다.
 
이미 미국을 비롯해 독일, 영국, 프랑스 등에서는 가짜뉴스와 전쟁에 나섰다. 지난 해 대통령 선거를 치른 미국에서도 가짜뉴스가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대통령으로 지지한다’, ‘힐러리 클린턴이 이슬람 국가에 무기를 판매한다’ 등의 근거없는 사실들이 뉴스의 형태로 생산되면서 유권자들을 현혹시켰다. 미국 인터넷 뉴스매체 버즈피드 조사에 의하면, 미 대선 기간 동안 페이스북에서 흥행한 가짜뉴스 20개 중 약 17개가 트럼프에게 유리한 내용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가짜뉴스들이 언론보다 더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에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독일에서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2015년 11월 파리 테러와 지난해 3월 벨기에 브뤼셀 테러와 연루됐다는 보도가 가짜뉴스로 밝혀지기도 했다. 이처럼 누군가의 특정한 목적에 의해 가짜뉴스가 생산되고, 선거의 장에 적용된다면 짧은 기간 동안 다양한 검증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선거의 특성상 그 영향력이 폭발적일 수도 있다.
 
이러한 가짜뉴스는 사회통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과학자들의 분석에 의하면 가짜뉴스가 SNS를 통해 유포되고, 사람들에게 반복해서 노출되면 인간의 뇌는 이를 ‘사실’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을 수집하려는 인간의 특성인 ‘확증편향’과 관련된 것으로 왜곡된 정보라도 특정 집단 내에서 계속해서 노출되면 진실로 포장돼서 퍼져나간다. 이는 개인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넘어 사회적으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대통령 탄핵과정을 거치면서 그 현상을 목격했고, 국론이 분열될 지경에 이르렀다.
 
가짜뉴스와의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페이스북이 가짜뉴스 필터링 서비스를 강화하기로 하였고, 독일에서는 가짜뉴스 생산자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제19대 대선을 앞둔 우리나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중심으로 가짜뉴스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가짜뉴스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올 초부터 비방·흑색선전 전담 TF팀을 구성하여 대응하고 있으며,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도 주요 심의대상 인터넷언론사를 대상으로 가짜뉴스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불공정 선거보도로 인한 정당·후보자 등의 피해 구제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기관 차원의 노력과 함께 가짜뉴스를 걸러내는 ‘사실 확인(fact check)' 등의 기술적 방법과 비영리기관을 중심으로 팩트체크를 체계화할 필요성이 있다. 물론 뉴스 이용자들의 합리적인 의심과 뉴스를 제대로 보고 읽고자 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가짜뉴스를 적시에 차단하지 못하면, 그 피해는 되돌릴 수 없다. 마크 트웨인의 표현처럼 ’진실이 신발을 신고 있는 동안 거짓은 세상을 반바퀴 돌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는 5월 9일 제19대 대통령선거가 치뤄진다. 이번 대선은 지난 시간의 갈등과 분열을 넘어 화합과 통합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가짜뉴스가 만들어내는 분노가 아니라 이성적 공감이 주도하는 진정한 민주적 이벤트가 되어야 한다. 그 해답을 찾는 것은 결국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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