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說] 연수와 관광의 경계 – 성남시의회가 부산에서 들고 온 선물보따리는?
2018/09/07 10:19 입력
트위터로 기사전송 페이스북으로 기사전송 구글+로 기사전송 C로그로 기사전송
main.jpg
 
성남시의회가 8대 의회 첫 의정연수를 다녀왔다. 3일 오전 7시, 박문석 의장(더불어민주당, 5선) 등 35명의 의원과 직원 30명은 2박3일 일정으로 부산행 리무진버스에 몸을 실었다. 의정활동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효율적인 의정활동과 의원들의 역량강화를 위해서다. 의정활동 실전사례, 공직윤리, 인문학 소양 등이 주요내용으로 돼 있다.

하지만, 세부일정을 보면 과연 이번 연수가 효율적인 의정에 주안점을 둔 연수인지, 관광성 연수라는 기존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1일차 ‘다산사상과 공직윤리(90분)’, ‘예결산 심사 및 행감 실전사례(120분)’, 3일차 ‘의정활동과 건강관리(120분)’ 세 번의 특강을 제외하면, 실제 연수기간 이틀 중 하루는 일반적인 관광코스에 가깝기 때문이다.

2일차 ‘문화관광 탐방·체험’ 프로그램에는 감천문화마을(60분), 송도해상케이블카(70분), 용두산공원, 부산타워, 국제시장, 깡통시장, 자갈치시장(120분), 해운대 유람선(90분) 등이 일정표를 빼곡하게 장식하고 있다. 이동시간을 제외하고 할애된 시간은 총 340분이다. 단순 시간적 수치만 보더라도 특강(총 330분)보다 10분이 많다.

또한 케이블카, 공원, 타워, 유람선 등 해당 시설이 갖고 있는 이름 자체만으로도 놀이(?) 체험임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 더욱이 성남에는 해상케이블카를 설치하거나 유람선을 띄울만한 호수나 바다가 없을 뿐만 아니라, 과거 구리타워, 부산타워 같은 랜드마크형 타워를 만들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

그 흔한 박물관, 사적지, 명승지 하나 들어 있지 않다. ‘문화관광 탐방·체험’에서 문화는 쏙 빠진 느낌이다. 부산광역시청 홈페이지만 보더라도 과거와 현대 문화를 아우르는 곳곳이 소개돼 있다. 부산시의회 의원들이 성남시로 의정연수를 와 율동공원에서 번지점프나 하고 오리보트(공원이기에 오리보트를 띄울 수는 없지만)나 타고 있다면 성남시민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이는 의원 신분이 아닌 각자 일신상의 여행으로 해결할 부분이다.

나아가, ‘다산사상과 공직윤리’ 특강은 2015년 성남시청 1층 온누리실에서 ‘다산 선생을 통해 배우는 오늘을 사는 지혜’란 주제로 대대적인 시민 무료강연을 펼친 바 있다. 단, 초선의원이 많은 점과 세부적인 강의 내용은 다를 수 있기에 반복 특강 논란에서는 고려 대상일 수 있다. 모 의원의 고향이 강의를 맡은 연구소장과 같다는 후문도 있다. 

또, ‘의정활동과 건강관리’ 특강은 성남소재 대형병원 영양내과 전문의가 맡았다. 전문분야는 ‘노인 영양, 소화기 영양, 암과 영양, 말기 환자 완화 의료, 호스피스 의료’다. 굳이 성남소재 병원 영양내과 전문의가 부산에서 의원들의 영양과 건강관리에 대해 특강을 해야 할까? 굳이 의원들이 부산까지 내려가 그 강의를 꼭 들어야만 할 이유도 없다. 성남시의회와 병원은 지척지간이다. 이 전문의는 매주 수요일 오전 진료가 있다. 병원 관계자는 “이번 주 수요일은 학회 때문에 휴가를 내 진료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성남시의회는 이미 7대, 6대 의회를 거슬러 오래전부터 의원들의 식비 과대 지출과 관련된 자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지역상권 활성화와도 연결되어 있는 문제의식이었다. 2010년 의회운영위원회 회의록에 의하면, 1억 8천여만 원 책정돼 있는 ‘의정운영 공통업무추진비’ 중 1억여 원이 식비로 지출된 바 있다. 그렇기에 연간 100일 회기(공휴일 포함) 동안 식사를 위해 의회버스를 타고 맛집을 다녀오느라 소비되는 시간비용에 대한 비판이 의회 내부에서 일기도 했다.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 예결위원장에게 주어지는 ‘의회운영업무추진비’ 각각 월 330만원, 월 165만원, 월 120만원, 월 120만원(6개월 지급) 예산과는 구분되는 별도의 업무추진비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무관하게, 어차피 장사 잘 되는 유명한 집들만 골라서 다닌다는 비판도 있었다. 이러한 식사문화는 자체 비판 속에서도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 성남시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2018년 본예산서에 의하면, 의원 1인당 ‘의정운영공통경비’는 670여만 원 선이다. 몇 프로가 식비로 쓰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첫날, 숙소인 5성급 해운대그랜드호텔 컨벤션홀에서 만찬 겸 화합의 시간을 갖고, 3일간 점심은 복요리, 회요리, 곰장어(먹장어) 요리로 짜여 있다. 해당 세 곳 식당들은 국내 유수 포털에 올라온 블로그 등에 의하면 소위 부산의 맛집들이다. 또한 셋째 날 조찬은 호텔 뷔페식으로 계획됐다.

서양인보다 작은 췌장을 갖고 태어난 한국인들이 3일간의 집중적인 맛집 탐방을 감당할 수 있는 소화효소를 제대로 분비해낼 수 있을지를 걱정해야 할 듯하다.

따라서 부산까지 내려가 지척이면 닿는 대형병원 영양내과 전문의를 초빙해 성남시의원들의 영양 상태와 건강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점이다. ‘의정활동과 건강관리’의 시작은 상다리 부러질 듯 차려진 맛집 탐닉보다 절제(節制)와 소식(小食)에서 찾아야하지 않을까?

요즘 성남시는 지역화폐로 시끄럽다. 아동수당을 현금이 아닌 성남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려다 반대에 부딪쳐 체크카드로 선회했다. 상품권보다 사용처는 늘었지만, 체크카드 또한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성남시의 지역화폐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정책은 다양한 비판여론에도 거침없이 내달리는 모양새다. 지역화폐 1천억 시대를 선언한 은수미 성남시장의 공약을 이뤄내기 위해서라도 속도를 늦추기는 힘들어 보인다. 또한 기간제 근로자에게 최저임금 초과금액을 상품권으로 지급해 논란의 불씨는 꼬리를 물고 이어질 태세다. 그렇기에 지역화폐를 통한 성남시 지역경제 활성화정책은 은 시장이 풀어나가야 중대한 실타래임에 틀림없다.
 
성남시의회는 회기 때마나 지역상권 활성화를 시정부에 주문해왔다. 이를 통해 시민들의 표심을 틈틈이 자극하며 정치적 이익을 얻어 왔다. 또 성남시 및 산하기관의 관광·외유성 연수를 지적하고 예산심의 권한으로 통제해왔다. 심의기관으로서 당연한 권한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월 4백 여 만원(세전)의 월급쟁이가 의당 해야만 하는 의무에 더 가깝다.

그렇기에 성남시의회에도 같은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아니, 더 엄격한 잣대가 필요해 보인다. 그렇지 않으면 성남시의회 연수는 매번 놀이관광 연수, 먹방 연수, 내로남불 연수, 타지역 상권활성화를 위한 연수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성남시의회는 공식 sns계정에 강의가 두 번 있는 첫날만 소개했다. “2018 성남시의회 의정연수 개최 - 성남시의회(의장 박문석) 의장님을 비롯한 전 의원님, 의회 사무국 직원들이 내실 있는 의회를 만들기 위해 9월 3일부터 5일까지 부산에서 의정연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첫 일정으로 ‘다산사상과 공직윤리’강의와 ‘예결산 심사 및 행감 실전사례’ 강의를 열심히 듣고 계십니다. 끊임없이 배우고 역량 강화에 힘써 성공적인 의정활동에 소중한 밑거름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시민들에게 알렸다. 그러나 2, 3일차 소개는 아직까지도 없다. 특강이 몰려 있는 첫날만 연수 명분을 과시했을 뿐이다.

단숨에 수 천 만원의 성남 혈세를 들여 맞바꿔온 성남시의회 여행보따리에는 과연 무엇이 들어 있을까? 혈세만 쓰고 텅 빈 보따리만을 짊어지고 왔다면, 지역 언론의 독설(獨說)이 시민들의 독설(毒舌)로 진화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a.jpg
 
b.jpg
 
c.jpg
 
d.jpg
 

사진 제공(출처)
상단 – 성남시의회 sns 공식계정
하단 – 부산광역시청 문화체육관광국 관광정책과

[ 정권수 ]
정권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wjd@empas.com
아이디위클리(www.idweekly.com) - copyright ⓒ 아이디위클리.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댓글달기

화제의 포토

화제의 포토더보기

    화제의동영상

    화제의 동영상
    •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기사제보
    • 정기구독신청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회원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내정로165번길 38 601동 145호(양지마을) ☎ 010-5506-7610 | Fax 0504-189-7610 | 주간신문 : 경기 다00585 등록일: 2000.06.09. | 인터넷신문 : 경기 아50819 | 발행·편집인: 정권수 | 사업자등록번호 : 574-87-00856 | 이메일: newwjd@empas.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정권수 
      Copyright ⓒ ㈜아이디위클리 Co, ltd All rights reserved. 
      아이디위클리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