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과 꿈 - 이태향 '녹턴' 전시에 부쳐
2018/09/17 12:34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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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출신 화가 이태향 작품전이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다. 한국과 독일에서 수학하고 콘서트무대와 강단에 섰던 작가가 유럽도시를 여행하며 영감을 떠올린 옛 성채, 중세 건축의 야경을 나이프와 붓으로 표현한 <녹턴> 연작을 선보인다.
중세 오브제를 형상화한 이태향의 전작 <노스탤지어> 연작을 미술사학자 홍진경은 ‘작가는 나이프를 잘 사용한다. 그림을 그려놓고 깎아내는 그만의 기법으로 개성적 질감, 감성적 아우라를 연출한다. 특히 프러시안 블루의 배경과 황금색 교회 건물 같은 것은 매우 신성한 종교적 인상을 드높인다’고 평했다.
피아노음악은 스타카토다. (현악은 레가토, 상대적으로) 뚝! 뚝! 단속적으로 끊어진다. 끊어지는 틈새에 공간이 있다. 그 찰나 - 음과 음 사이 여백에, 생각이 끼어든다. 상념이 똬리를 튼다. 넓어지고 깊어지면서 틈새와 여백은 무한시공 우주가 된다. 피아노음악은 건축물을 닮았다. 상하좌우 구축적이다. 동시에 명상적이다. 사색을 부른다. 하물며 밤의 시정을 풀어내는 녹턴 - 야상곡임에랴.
쇼팽 포레 필드 ‘Nocturne’, 슈만 ‘des Abends’, 라벨 ‘Ondine’, 파야 ‘스페인 정원의 밤’.., 인상파로 다가갈수록 음의 이미지는 강렬하다. 발터 기제킹 연주로 듣는 드뷔시 ‘Claire de lune’. 물결치듯 일렁이는 음계를 타고 미세한 입자가 부유한다. 달빛을 받아 은빛 비늘처럼 파닥이는 음의 입자, 에테르, 파편들이 이태향 그림을 감싼다. 화폭에 녹턴 선율이 흐른다. 이태향 ‘밤과 꿈’(Nacht und Träume) 그림도 그렇게 우리를 붙들어 세운다. 오래 오래 귀 기울이게 한다.
음악처럼. 작가는 ‘그림을 눈으로만 보지 말고 마음의 울림, 소리를 들으시라’ 말한다.
<녹턴> 연작으로 오면서 이태향은 -노스탤지어 연작에 비해- 빛 속으로 한발짝 걸어나왔다. 스코틀랜드 에일린 도난성 색조는 대담하기까지 하다. 카르카손, 아씨시 프란치스코 대성당, 조지아 코카서스 산록 게르게티 수도원.., 어둠 속에 빛이 눈뜨고 있다. 밤이라고 다 어두운 것은 아니다. 누군가의 눈에는 밤이 낮보다 더 밝을 수 있다. 바르고 긁고 덧칠한 우툴두툴 마티에르. 동방정교 종교화 이콘(Ikon) 속 어둠과 빛이 그러하듯, 이태향 그림의 빛과 어둠은 서로 밀쳐내지 않는다. 보듬고 품는다. 어둠이 빛을 만들고 빛이 어둠을 품는다. 빛과 어둠의 중주. 어둠을 빠져나와 솟구치는 빛줄기 - 어둠에서 빛을 길어올리는, 어둠의 실타래를 풀어 빛의 베필을 짜는 작가의 매력이다.
이태향은 잊혀진 한국예술사의 한 행간을 잇는다. 우리나라 근대음악의 선구자, 일제와 해방, 한국전쟁 전야를 관통하는 이념과 사상의 소용돌이 속에 스러져간 비운의 바이올리니스트 이의성이 이태향의 조부다. 이의성이 설립을 주도한 경주예술학교는 음악과와 미술과를 둔 우리나라 최초 콘서바토리였다. 이의성의 월북한 두 동생 가운데 이호성은 경주예술학교 교수로도 봉직한 당대 최고 첼리스트로서, 서울시립교향악단 전신인 고려교향악단과 실내악무대서 김생려 등과 함께 활동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오페라하우스에서 지휘하는 등 동유럽에서 지휘자로도 활약했다. 이의성의 못다한 꿈이 손녀 이태향 손끝에서 활과 붓 양수겸장, 개성적 예술로 날아올랐다.
 
Info
이태향 개인전(아홉번째)
2018년 10월 3일 ~10월 8일
인사아트센터(서울 종로구 인사동)
 
김용운 / 저널리스트·전 조선일보,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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