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과 대동세상(大同世上)
2019/02/26 12:28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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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위클리]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도정 철학은 한마디로 ‘공정’, ‘공평’이다. 도 슬로건인 ‘새로운 경기, 공정한 세상’이 이를 잘 대변해주고 있다. 2017년 적폐 청산을 기치로 대선에 도전할 때도 우리 사회 부조리의 근원을 공정하지 않은 국가 즉, 불공정한 국가시스템에서 찾았다. 그렇기에 그의 꿈은 ‘공정한 대한민국’으로 향해있었다. 

이재명 도정부가 어떤 표현을 쓰는가는 이재명의 정치철학은 물론 경기도가 추구해나갈 핵심적인 목표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 짤막한 단어 하나에도 귀를 기울여야만 하는 이유이다.

이 지사는 대선 경선 당시, 공정한 기회가 부여되는 ‘대동세상(大同世上)’을 역설해왔다. 대동의 사전적 의미는 ‘큰 세력이 합동함’, ‘온 세상이 번영하여 화평하게 됨’ 등을 뜻한다. 이러한 대동은 중국 유가의 경전인 예기(禮記)에 “대도(大道)가 행하여지고 있는 대동(大同)의 세상”이라는 표현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사에선 조선 선조 때 ‘대동계(大同契)’를 조직해 1589년에 정여립 등 동인들이 역모 혐의로 박해를 받은 기축옥사(己丑獄事)를 빼놓을 수 없다.
선조의 눈 밖에 난 정여립은 벼슬을 뒤로 하고 진안 죽도에 서실을 짓고 대동계를 조직했다. 신분 차별 없이 노비 등에게 무술을 단련시켰다. 1587년 왜구가 전라도 손죽도에 침입하자 전주부윤의 요청으로 이를 소탕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대동계는 전국으로 조직화되고 있었다.

하지만, 역모를 꾸미고 있다는 고변으로 정여립은 결국 진안 죽도에서 생을 마감한다. 정여립은 사림의 두 파인 동인, 서인 당파 싸움의 희생양이었을까? 아니면 세상을 뒤집고자 한 미완의 혁명가였을까? 진실을 알 수는 없다. 모반의 증거가 충분치 않고 그에 따른 반론도 많기 때문이다.

그가 꿈꾼 세상이 어떤 세상이었는지는 말과 글로 전해진다. “천하는 공공의 물건(天下公物)”이며 “누구를 섬긴들 임금이 아니랴(何事非君)”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정적 제거를 위한 조작 사건이든 아니든, 정여립은 기득권층이 독차지한 부의 편중과 신분 차별이 없는 대동세상을 그리며 대동계를 조직했을 것이다.

조선은 기축옥사로 천 여 명의 피비린내를 맡은 지 3년 만에 임진왜란을 맞는다. 기축옥사 이후 당쟁은 목숨을 건 투쟁으로 더욱 격화됐다고 한다. 천 여 명의 인재들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조선은 7년 전란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었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민선 7기 경기도는 나라 안팎에서 조여 오는 어두운 경제전망과 불공정, 기회 독점에 맞서 이재명식 공정학개론을 써내려갈 걸로 보인다. 이재명 지사가 오래전부터 주창해온 대동세상을 만들기 위한 정책들이 이 공정학개론에는 담겨 있을 것이다.

25일 김용 경기도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기본소득으로 대동세상의 문을 열겠다”며 “기본소득 정책을 전국으로 확산하고 올해부터 본격 시행 예정인 지역화폐를 홍보하고자 2019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국내외 기본소득 정책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고, 세계적인 이슈 및 새로운 정책을 발굴하는 소통과 교류의 장이 될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대규모 장기실업과 빈곤층 양산을 막고 국민이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자 노동유인의 증대, 소득재분배, 경제 활성화를 위한 시대적 과제이자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정여립이 꿈꾼 대동세상은 430년이 지난 현재까지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다. 우리사회는 점점 벌어지는 빈부격차와 청년실업, 고령화 등 등짝을 짓누르는 봇짐에 눌려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남북 평화무드에 물꼬를 트고 새롭게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내부적인 요인들과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정치권은 우리사회 보편적인 역사인식마저 첨예한 논쟁거리로 만들며 뒷걸음질치고 있다. 분단 이후 대내외적으로 가장 중요한 시기에 대동이 의미하는 ‘합동’을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다.

정여립이 그렸을 대동세상이 빛도 보지 못하고 사라진지 430년이나 지났지만, 그럼에도 경기도가 추진하는 기본소득과 대동세상에 기대를 걸어봄직한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 정권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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