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에 나눔 문화를 확산하자”
2016/02/19 11:01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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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정권 무지개동산 예가원 원장
“분당에 나눔 문화를 확산하자”
 
육사를 꿈꾸던 혈기왕성한 청소년기에 불현듯 찾아온 크나큰 시련. 신앙을 통해 청천벽력 같은 일을 극복하고 30년째 장애인들을 섬기는 사역에 매진하고 있는 정권 예가원 원장을 만나봤다. 분당 야탑동에 지적장애인들의 둥지를 튼 지도 어언 16년. 우리 시대의 진정한 장애는 무엇인지, 그를 통해 되짚어봤다. 글‧사진 정권수 취재팀장 자료사진 무지개동산 예가원 

‘개인’ 장애 극복하고, 이제는 ‘사회’적 장애에 맞서다!
정권 원장은 말한다. “사회가 장애를 만든다”고. 조력자의 입장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을 만들고 그들을 돌봐준다는 개념의 사회는 이미 지났다. 이제는 장애인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전철이나 버스 탈 때, 높은 건물을 올라갈 때, 모든 게 편리하면 장애가 아닙니다. 우리사회가 장애를 만든 것입니다. 이제는 장애인 당사자, 장애인의 마음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하는 시설, 그들과 함께 꿈과 희망 그리고 행복을 만들어가는 사회여야 합니다.”
정권 원장은 육군사관학교를 꿈꾸며, 태권도를 6년 동안 할 정도로 한창 왕성한 청소년기에 돌연 불의의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고3 때 관절이 안 좋아 찾아간 병원에서 수술 진단이 내려졌고, 미심쩍어 큰 병원에서 재검진을 했지만 허사였다. 결국 양쪽 고관절수술을 하게 됐지만, 이후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아무렇지도 않던 다른 부위까지 이상이 생겨 결국에는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게 됐다.
“낙심한 나머지 두 차례 자살시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신앙생활을 시작하게 됐고 저 같은 장애인들을 위한 삶을 살기로 결심했습니다. 86년 12월에 무허가 건물에서의 공동체 생활을 시작으로 이 사역에 뛰어들게 됐습니다. 올해가 벌써 30년 쯤 됐네요.”
정권 원장이 이 일을 하게 된 가장 큰 동기는 장애를 가진 이들이 평생 어떠한 꿈도, 희망도 잃고 살아가게 된다는 게 너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앙을 통해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걸 사명으로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몸도 몸이지만 마음에 평안과 기쁨이 넘치도록 이들의 영혼을 깨우는 일에 최선을 다해왔다. 2001년 11월에 분당에 건립된 예가원에는 현재, 지적장애인 53명이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다.

‘분당’이 바뀌면 좋겠다는 소박한 희망을...
정권 원장이 꿈꾸던 ‘장애인에게 꿈과 희망이 있는 사회’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우리사회의 높은 담벼락은 아직도 정 원장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2001년 분당에 둥지를 틀 때, 많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분당은 너무 좋은 곳이고 희망이 있는 곳이라고 말해줬다. 그러나 막상 분당에 와보니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고 한다.
“자원봉사 문화는 제로였고 십시일반 돕는 문화도 너무 냉랭했습니다. 그래서 21개 동주민센터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분당 정서를 파악하려 노력했습니다. 하나 같이 하는 말이 ‘분당은 원래 그렇습니다’ 였습니다.”
그래도 멈출 수는 없었다. 장애인 식구들에게 닥쳐올 이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분당을 자원봉사 특구로 만들어보기로 결심했다. “분당하면 자원봉사 특구”라는 공식이 성립되도록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정치인, 공무원, 변호사, 성직자, 기자 등을 만나며 새로운 문화를 일궈내려 애썼지만 결국은 잘 되지 않았다.
“16년 동안 분당에 살면서 실망을 많이 했습니다. 분당이 기업하기 좋은 도시일지는 몰라도, 따뜻한 도시는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려운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위로해주는 사회복지에 적합한 도시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네요.”
정권 원장은 지금도 고뇌하고 있다. 사회저변에 깔린 주위를 살피지 않는 문화가 조금만 바뀌면 좋겠다는 소박한 희망을 품고, 어제도 그리고 오늘도 주님께 기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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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따뜻한 온기를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분당에는 전국적으로 어마어마한 기업들이 많다. 그 중에 성남시 안을 들여다보는 기업들은 얼마나 될까? 이것이 정권 원장이 안타까워하는 부분이다.
“이들 기업들과 소외된 곳과의 연계에 정치인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성남에 있는 유수한 기업들이 성남시 관내 열악한 기관, 도움이 필요한 기관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같은 동네에서 살아가는 보람도 있지 않겠습니까.”
정 원장은 정치인들에게 실망스러울 때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지역사회를 되돌아보고, 분당에 나눔 문화를 확산하는데 정치인들부터 노력해달라는 주문이다.
“장애인들을 위해서 일하는 정치일꾼들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지역사회 현안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이를 국회에서 풀어내는 역할을 기대해봅니다.” 정 원장은 그러면서, “만약에 한 번이라도 국회에 들어가서 일하게 된다면, 장애인들을 위해서 진짜 멋있게 하고 내려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고 말했다.
 
장애인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곳, 그곳이 분당이길!
힘들어하는 자녀들을 시설에 들여보내려고 하는 장애인 부모들의 수많은 상담을 받으면서, 정 원장은 부모들의 짐을 하루라도 덜어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상했다. 바로 분당구청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희망의 학교’다. 토요일마다 1대 1로 자원봉사자를 붙여서 사회적응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벌써 10년째다.
“부모님들의 호응이 너무 좋습니다. 월부터 금까지 매일 주간보호센터 가는 것보다 토요일 하루 ‘희망의 학교’를 더 좋아하고, 아이들이 변화됐다고 자랑을 많이 하십니다.”
‘희망의 학교’를 통해, 더 나아가 직업훈련까지 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확장하려 했지만 아직 이루지는 못했다.
“장애를 가지고 생활하는 친구들에게 직업재활을 위한 시설도 절실하고, 도심 속에 있다 보니 운동할 공간도 없습니다. 장애인 가족들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주고 싶습니다.”
정권 원장은 또, 장애인들이 주인이 되는 교회를 하나 세우고 싶다고 말했다.
“장애인들이 마음껏 신앙생활을 하고 놀이와 공연도 하며 문화적 혜택을 함께 누릴 수 있는 공간과 교회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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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 사회복지법인 무지개동산 예가원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지적장애인들에게 쾌적한 생활여건을 제공하고 교육​·훈련·의료·직업·사회심리 영역 등의 전문적 재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서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의 성실한 사회성원으로 통합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고자 2001년 개원했다. 현재 53명의 지적장애인들이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다.
* 성남시 분당구 새나리로 38번길 13(야탑동) T. 031.705.2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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