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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3.2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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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꾼의 인생

‘시사문단’ 수필부문 신인상 당선작 _ 양성우(분당제생병원 내과 전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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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싫어하는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가?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고, 모르는 사람과 친구가 되게 해 주고, 소심한 자의 매력을 캐내 주는 마법의 물약이 왜 싫다는 것인가?
나는 학생 때 너무 술을 좋아해서 '회식자리 술 강요' 라든가 '주폭문제' 등을 신문 등에서 접하면 ‘또 이슈 하나 잡아 보려고 하는구만’ 내심 이런 생각을 가졌다.
하늘은 그런 현실 모르던 나를 벌 주는 것일 수도 있다. 나는 내과의사가 되어 술 때문에 망가지는 수많은 환자를 만나, 낮은 치료순응도에, 그러니까 엄청 말 안 듣는 환자들 때문에 힘들어 하게 된다.
한 번 알콜 중독자는 높은 확률로 영원한 중독자가 된다. 한 번 병원에 입원한 사람은 반드시 다시 입원한다.
때문에 처음에 오면 긴 시간을 할애해 금주를 권하는 편이 좋다. 하지만 아무리 "술 끊으세요" 말해도 실제로 끊는 사람은 적다.
올 때는 죽을 것 같았는데 입원하고 이제는 살 것 같으니 못 끊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답은 또 잘 한다. "넵, 줄이겠습니다."
"끊겠습니다" 라고 대답하는 환자는 한 명도 없다.
그리고 집에 가서 또 술을 마신다. 또 다시 병원에 실려온다. 그러면 또 어떻게든 몸 만들어 준다. 퇴원때 술 끊으라고 권유한다. "넵, 이제 진짜로 줄여보겠습니다" 그럴 리가 없다.
만성 알콜중독자가 되면 치료도 쉽지 않다. 아니, 쉽지 않다는 말로는 한 없이 부족하다. 복수로 찬 배는 하늘 높이 솟아 있고, 정신줄을 놓고 노란 황달 낀 눈으로 간호사에게 욕을 해 댄다.
주폭으로 몇 십년 사는 동안 가족들은 다 떨어져 나가 보호자도 하나 없다. 간성혼수를 해결하려면 이 힘 센 누런 야수를 묶어두고 관장을 해야 한다. 양 팔 양 다리를 서넛이 달려 들어 잡고 관장 한다. 동물적인 반응만 남은 사람의 관장은 결코 쉽지 않다. 똥물이 튀고 욕설을 듣고 가끔 휘두르는 주먹에 맞아도 할 일은 해야 한다. 한 번만 할 게 아니라 여러 번 해야 한다.
고생끝에 회복시켜서 퇴원해도 끝이 아니다. 술을 참지 못한 그는 한 달 후 또 온다. 악순환은 계속된다. 다수 술꾼의 마지막 모습이다. 조금도 다르지 않다.
이 쯤 되면 정신병 아닌가 싶다. 실제로 알콜중독은 정신과적인 영역이다. 알콜전문병원에 입원하는 사람은 운 좋은 케이스고, 조현병이나 우울장애 같은 심각한 마음의 병을 가진 환자들과 폐쇄병동에 입원하기도 한다. 폐쇄병동에서 이들에게 '알콜중독증 환자'라는 고상한 별명은 없다. 그저 '술꾼'일 뿐이다.
이 술꾼들은 폐쇄병동에 입원해서 같이 입원한 조현병환자 같은 정신질환자를 무시하곤 한다. 생각에 자기는 정상인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의사 입장에서는 술꾼이 더 심각한 사람들이다. 적어도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은 그로 인해 고통받는 자아를 너무 잘 알고 있다. 이들과 이야기하고 있노라면, 사회에서 주변사람에게 큰 피해를 끼치긴 하지만 한편 이렇게 태어난 그들에게 딱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술꾼들은 술 마실때 취하고, 깨서는 다 잊는다. 이들에게 다른 정신병을 갖고 있는 환자 정도의 연민은 들지 않는다. 적어도 술꾼들은 한 때는 정상인이었다. 알콜중독이 되지 않을 기회가 있었다.
그렇다고 이들에게 “당신은 그 때 술에서 벗어났어야 합니다!” 일갈할 수는 없다. 참아야 한다. 누구에게나 자기 인생 나름의 사연이 있다. 같은 삶을 살지 않았다면 주제넘은 말이다.
한 번 '물질남용'에 빠진 이상 헤어나오지 쉽지 않은 상태도 이해해 줘야 한다. 실제로 물질남용은 이겨내기 매우 어렵다. 웬만한 의지로는 힘들다. 오랜기간 술 마시다 보면 자기 몸이 술을 마신 상태를 정상으로 인지해, 끊게 되면 컨디션이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이를 금단증상이라 한다. 의대 시절 한 교수님은 '아무리 부처님이라도 물질남용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다'라는 쓴 농담을 던지더라.
의료진은 이들 술꾼이 입원한 이상, 그래도 술꾼에서 탈출시킬 약간의 가능성을 놓치지 않으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치료자는 이들에게 치료에 있어 정보를 주는 조력자보다는 온정주의적(Paternalism) 태세를 취하는데, 아버지같은 모습으로 금주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윽박지르고) 압박한다. 기존 나쁜 상태로 돌아갈 가능성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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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우(분당제생병원 내과 전공의)

양성우 전공의는 올해 1월 청년의사가 주최한 ‘한미수필문학상’ 장려상에 이어 “시사문단’ 3월호에 수필 「술꾼의 인생」, 「러시아 미녀의 죽음」으로 당선되는 쾌거를 이뤘다.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영학과와 연세대학교 의학과를 졸업한 늦깎이 의사 양성우 씨는 문단에서도 뒤늦게 실력을 빛내고 있다.

수상소감

등단하면 어떤 기분일까? 당연히 굉장히 기쁘겠지?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왜 기쁘기만 하지는 않은 걸까요? 수 많은 이상한 기분들이 온 몸을 기어다니는데, 이 놈들을 말로 표현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감격과 기쁨, 지난 울고 웃었던 많은 감정들이 서로를 얽어 복잡한 감정을 만들어 냅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그 순간이 있습니다. 당시 저는 대학생이었는데, 새벽 2시였고, 도서관 한 켠에서 노트북으로 블로그에 글을 하나 써서 올리고 있었습니다. 피 끓는 나이에 어울리게 아마도 연애에 관한 글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부족하기 이를 데 없는데, 당시엔 다 쓰고 나니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너무 흐뭇해서 이런 생각을 하고야 말았으니까요. ‘역시 난 작가가 되어야 해.’
실은 아주 어릴 때부터 작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고등학생 때, 친구들은 모두 입시에 바쁜데 혼자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소설 공모에 낸 적도 있었고, 신문사 인턴 기자, 웹진 소설 연재 등 많은 연습을 했습니다. 그런데 작가가 된다는 게 정말 쉽지 않았어요.
의사가 된 후 부족한 시간을 쪼개 중편분량의 과학소설을 쓰기도 했습니다. 이 소설은 공모전에서 탈락했는데 실망이 정말 컸습니다. 많은 노력이 들어간 소설이었거든요. 그래도 멈출 수는 없었습니다. 그저 쓰는 것이 즐거움이었으니까요.
이 긴 힘든 순간을 이렇게 한번에 보상받다니, 그래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기쁜 감정이 맞는 것 같습니다. 의사로서 환자와 함께 한 경험이기에 더 값집니다. 큰 상을 주셨으니 더 열심히 살겠습니다. 더 열심히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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